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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대행에서 상품 생산까지···K뷰티 지속 성장 이끈다

문지민 기자
입력 : 
2023-10-01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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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형 크레이버 대표 인터뷰
크레이버
이소형 크레이버 대표. (크레이버 제공)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벤처 투자 환경이 얼어붙으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장을 멈추고 폐업 위기에 처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역발상으로 빠르게 시장을 개척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주목받는다. 그중 하나가 뷰티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크레이버다.

지난 2014년 비투링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화장품 마케팅 대행사는 4년 만에 매출 규모가 80배 성장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9년 사드 갈등과 한한령 영향으로 매출이 급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2019년 영업손실 36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46억원, 2021년 94억원까지 적자폭이 확대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사명을 ‘크레이버’로 변경하고 뷰티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탈바꿈했다. 이후 빠르게 실적이 개선돼 지난해 매출 562억원과 영업이익 8억원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화장품 마케팅 대행사로 출발한 크레이버는 현재 5개 뷰티 브랜드를 운영하는 동시에 신소재 개발을 통한 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 글로벌 B2B 플랫폼 ‘우마’를 운영한다. 올해 2분기에는 매출 224억원과 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과감히 사업 모델을 변경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소형 크레이버 대표를 만나 사업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크레이버
90% 이상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 중인 크레이버 산하 브랜드 ‘스킨1004’. (크레이버 제공)

Q. 사업 모델을 전환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창업 당시 비투링크는 K뷰티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던 글로벌 유통 분야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특정 부분만 담당하면 사회·경제적 외부 요소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장기적 성장 전략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잠재력 있는 브랜드를 육성하거나 인수한 이후 전권을 쥐고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이 K뷰티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장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7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Q. 애그리게이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A. 애그리게이터란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해서 크레이버가 가진 역량을 이식해 성장시킨다는 개념이다. 사업 모델을 전환한 이후 크레이버 산하 브랜드의 해외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3세대 K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특히 스킨1004는 미국 ‘아마존’과 일본 ‘큐텐’, 동남아 ‘라자다’ 등 해외 유명 이커머스 플랫폼과 멕시코 코스트코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상태며, 현재 90% 이상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우마(UMMA) 또한 빠르게 성장 중이다.

Q. 사업 모델을 전환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A. 그동안 크레이버가 쌓아온 강점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10년간 구축한 해외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국내 인디 뷰티 브랜드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해외 매출로 전환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단순히 해외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각 국가별로 필요한 규제 대응이나 문화 차이를 고려한 세심한 전략과 물류 인프라 등이 크레이버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그 외 사업 모델을 전환하며 내부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회사가 새로운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업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업 모델 전환 당시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회사의 자원을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동시에 회사의 어려움을 감추지 않고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화를 재정립했다. 과거 소수의 경영진만 확인할 수 있었던 자료까지 모두 공개하니, 직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며 오히려 동요가 줄었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지지도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Q. 향후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A. 크레이버의 목표는 0.1% 고객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날카롭고 개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K뷰티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를 만든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특히 그동안 저가 스킨케어 중심이던 K뷰티 시장에서 고가의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의 성공 사례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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